한우 500g 2만4천원, 카트가 바뀌었다 롯데마트에서 팔린 돼지고기 매출 100원 가운데 수입산이 차지한 몫은 2024년 1~7월 13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7원, 올해는 29원이 됐습니다. 2년 사이 16%포인트가 올라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겁니다. 진열대 앞에서 원산지를 확인하고 국산을 집어 들던 손이, 가격표를 먼저 보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6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8월 이마트·트레이더스의 수입산 돼지고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2%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국산 돼지고기 매출도 12.6% 증가했지만, 수입산 증가율에는 크게 못 미쳤습니다. 쇠고기도 방향이 같습니다. 올해 1~8월 수입산 쇠고기 매출은 12.0% 늘어, 국산 쇠고기 매출 증가율 7.3%를 앞질렀습니다. 국산이 안 팔린 게 아니라, 수입산이 더 빠르게 팔린 상황입니다.
이 구도는 최근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마트의 수입산 돼지고기 매출 신장률은 2024년 18.8%, 지난해 12.4%였습니다. 증가세가 오히려 둔화되던 흐름이 올해 32.2%로 되돌아섰습니다. 쇠고기는 순위 자체가 뒤집혔습니다. 2024년만 해도 국산 쇠고기 매출 증가율이 7.5%로 수입산 1.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수입산이 국산을 넘어섰고, 올해는 12.0%와 7.3%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2년에 걸친 역전입니다.
이유는 가격입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한우 소매가격은 500g당 2만4,245원입니다. 지난해 7월 2만1,130원보다 14.7% 올랐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5.7% 뛴 수준입니다. 돼지고기 소매가격도 지난해 7월 500g당 1만3,575원에서 올해 1만4,375원으로 5.9% 올랐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폭염으로 돼지가 폐사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과 환율 상승이 겹쳐 축산물 공급가가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 부담도 함께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수입량 통계에서도 '싼 쪽'으로 쏠린 흔적이 보입니다. 올해 1~7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33만55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냉동육이 30만5,388톤으로 14.7% 증가했고, 냉장육은 2만5,167톤으로 10.6% 늘었습니다. 쇠고기 수입량은 30만4,69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2,782톤보다 7.7% 늘었습니다. 이 중 냉동 쇠고기가 24만8,234톤으로 증가율 10.2%를 기록해 더 가팔랐습니다. 냉동육은 보관 기간이 길고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수입육이 들어오기 쉬워진 사정도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지난해 2.6%에서 올해 1월 1일 0%가 됐습니다. 유럽 현지 돼지고기 가격이 내리면서 덴마크·폴란드·벨기에·헝가리 등 일부 유럽산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국산 매출이 12.6% 늘었어도 진열대 안에서의 몫은 줄었습니다. 롯데마트에서 국산 돼지고기 매출 비중은 2024년 1~7월 87%에서 올해 71%로 낮아졌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육과 국산의 품질 차이를 크게 인식했지만, 냉동·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품질 격차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원산지보다 가격과 품질을 함께 따지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는 고물가·고유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수입육 수요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식·급식업체의 원가 부담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국산이 안 팔린다'가 아니라 '수입산이 더 빠르게 팔린다'입니다. 그 배경에는 1년 만에 14.7% 오른 한우 소매가격이 있습니다. 고기 가격 흐름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집계하는 500g당 소매가격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같은 수입육이라도 냉동과 냉장은 가격과 보관 기간이 다릅니다. 롯데마트 진열대에서 2년 사이 13%에서 29%로 늘어난 수입 돼지고기의 몫은, 소비자들이 계산기를 다시 두드린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