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어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사람들 일본의 뇌전증 환자는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약 30%는 기존 항발작제를 복용해도 충분한 발작 조절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계산하면 30만 명 규모입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 하나가 2026년 9월, 일본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습니다.
SK바이오팜은 2026년 9월 16일, 파트너사인 오노약품공업이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생노동성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하는 일본의 의약품 허가 기관입니다. 일본에서 쓰일 제품명은 '에키스코푸리'입니다. 허가의 근거는 한국·중국·일본에서 함께 진행한 임상 3상 결과입니다. 대상은 기존 항발작제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성인 부분 발작 뇌전증 환자였습니다. 기존 치료에 세노바메이트를 추가한 환자군은 가짜 약을 투여한 위약군보다 발작 빈도가 유의하게 줄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습니다.
시간 순서로 보면 이번 허가는 마지막 한 칸입니다. 세노바메이트는 2025년 11월 한국에서, 12월 중국에서 각각 허가를 받았습니다. 중국에서는 2026년 3월 첫 처방이 시작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노약품공업이 2025년 9월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1년 뒤 허가가 나왔습니다. 이로써 동북아 주요 3개국 허가가 모두 확보됐습니다. 더 넓게 보면 세노바메이트는 2026년 9월 16일 현재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45개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성인 부분 발작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상태입니다. 미국에서는 현지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 판매를 맡은 곳은 SK바이오팜이 아니라 오노약품공업입니다. 두 회사는 2020년 일본 내 세노바메이트 개발·상업화를 위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개발과 판매를 현지 회사가 담당하고, SK바이오팜은 그 대가를 받는 구조입니다. 대가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마일스톤입니다. 허가 같은 특정 단계를 달성했을 때 파트너사가 지급하는 일시금입니다. 이번 허가로 SK바이오팜은 마일스톤을 수령합니다. 다른 하나는 로열티로, 향후 일본 판매액에 비례해 받습니다. 미국처럼 직접 팔지 않는 대신, 현지 영업망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허가에는 범위가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승인된 적응증은 성인 부분 발작 뇌전증입니다. 부분 발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되는 발작을 말합니다. 즉 소아 환자나 다른 유형의 발작을 겪는 환자는 이번 허가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확대 작업은 진행 중입니다. 오노약품공업은 일본에서 청소년 및 성인 전신 강직-간대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아 부분 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다만 임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허가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마일스톤 규모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SK바이오팜은 계약 조건에 따라 금액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일본은 뇌전증 치료 수요와 시장 규모 측면에서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동북아 주요 시장 진입 기반이 완성된 만큼 각 시장에서 실제 환자 처방으로 이어지는 상업화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가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이 과제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도 2025년 12월 허가에서 2026년 3월 첫 처방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허가와 처방은 다른 단계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허가는 그 나라에서 약을 팔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고, 환자가 실제로 그 약을 쓰게 되는 시점은 그 뒤입니다. 한국에서는 2025년 11월 허가가 났습니다. 지금 확정된 허가 범위는 기존 항발작제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성인 부분 발작 뇌전증입니다. 소아 환자와 전신 강직-간대발작 환자에 대한 임상은 일본에서 아직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어떤 약이 자신에게 맞는지, 기존 치료를 바꿀 수 있는지는 진료 중인 의료진과 확인할 사안입니다. 발작이 멈추지 않는 30만 명. 이번 허가는 그 숫자를 줄이기 위한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