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코스피는 6,795.53까지 올랐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1.15%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장이 끝났을 때 지수는 6,715.41이었습니다. 오전의 상승분은 전부 사라졌습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6포인트(0.04%) 내린 6,715.41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출발은 6,779.02로, 전장보다 61.05포인트(0.91%) 높았습니다. 장 초반 6,795.53까지 올랐다가 오후에는 6,697.85까지 밀렸습니다. 하루 안에서 고점과 저점 차이가 약 98포인트였습니다. 방향을 바꾼 쪽은 외국인이었습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 2,80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의 매도는 9월 9일부터 17일까지 7거래일 연속 이어졌습니다. 한 방향으로 일주일 넘게 물량이 나오는 동안 지수는 계속 아래쪽 압력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반대편에서는 개인이 4,137억 원, 기관이 1,587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사는 쪽과 파는 쪽의 규모 차이가 그대로 오후의 하락 전환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체입니다. 이번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두며 매파적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장 초반 지수가 오른 것은, 긴축 재개에 대한 경계감이 앞서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인식이 투자심리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다시 1%포인트대로 벌어진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하루 2조 2,800억 원 순매도치고는 낙폭이 작았습니다. 받아낸 주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타법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1조 7,04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기타법인은 개인·기관·외국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일반 법인을 뜻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최근 주요 수급 주체로 떠오른 쪽입니다. 외국인 물량과 자사주 매입 물량이 맞부딪힌 하루였습니다.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습니다. 삼성전자는 0.39% 내린 25만 2,500원, SK하이닉스는 0.80% 하락한 174만 5,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삼성전기는 3.69%, SK스퀘어는 1.18% 떨어졌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0.28%, KB금융은 1.41%, 삼성물산은 0.57% 올랐습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0포인트(0.76%) 오른 822.18에 마감했고, 이 시장에서는 기관이 448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33%, 대만 가권지수는 0.96% 오르며 아시아 주요 증시는 대체로 강보합이었습니다.
시장에서는 3년 2개월 만의 금리 인상과 추가 긴축 시사에도 코스피가 약보합에 그친 만큼, 매파적 회의 결과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외국인이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반도체 대형주에 물량이 집중되고 있어, 외국인 수급 회복 여부가 향후 지수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힙니다. 그래서 지수 등락률만 보면 이날처럼 -0.04%로 조용해 보입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은 한국거래소가 매일 공개합니다. 오전의 1%가 왜 사라졌는지는 지수 숫자가 아니라 그 표에 남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