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단기 저점을 기록한 10일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재개되는 양상입니다." IBK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이 17일 보고서에 적은 문장입니다. 미국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 날이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먼저 반응한 것은 금리 숫자가 아니라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었습니다. 이번 인상이 남긴 숙제는 그쪽에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결정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인상·동결·인하할지 표결로 정하는 회의체입니다. 인상 자체가 3년 만입니다. 17일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9월 회의에서 연준이 3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했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차례 올린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가 함께 나왔다는 뜻입니다.
신호의 근거는 점도표입니다. 점도표는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이 각자 예상하는 앞으로의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한 장에 모아놓은 표입니다. 2026년 말 기준 전망에서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지금보다 높은 금리를 예상했습니다. 이 가운데 12명은 4.00~4.25%, 4명은 4.25~4.50%를 제시했습니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본 위원은 2명뿐이었습니다. 변 연구원은 "동결을 전망한 점은 2개에 불과한 만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내년 점도표는 전망치가 넓게 흩어져 있어 아직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은 상태라고 봤습니다.
왜 다시 올리는 쪽으로 돌아섰을까요. 변 연구원은 "최근 중동 리스크 재부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를 타고 전반적인 물가가 밀려 올라갑니다. 물가를 누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금리 인상입니다. 그래서 내년 금리 경로도 중동 상황에 묶여 있다는 것이 변 연구원의 판단입니다. 그는 내년 전망이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흐름에 따라 방향성을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금리 인상은 보통 경기를 식히는 조치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 나온 전망치는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3%로, 내년 전망치는 2.3%에서 2.4%로 각각 0.1%포인트 올렸습니다. 실업률 전망은 올해와 내년 모두 기존 4.3%에서 4.1%로 0.2%포인트 낮췄습니다. 일자리 사정을 더 낫게 본 것입니다. 변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경기 우려가 동반된 금리 상승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인상을 경기 악화로 해석할 여지는 적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 물가가 재차 상승하고 금리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낙관론에 대한 경계감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해 변 연구원은 10월보다 12월에 무게를 뒀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경제와 물가 전망이 6월 회의와 비교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아 두 차례 연속 인상에 나설 명분은 다소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정책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 일정이 통화정책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변 연구원은 국내 증시 투자자가 미국 금리 상승 자체보다 환율을 더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당분간 금리를 그대로 두는 기조인데 미국은 더 올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두 나라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달러를 사려는 힘이 강해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압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회의 결과에 따른 반등 민감도가 클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외국인 매도 압력 확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환율이 단기 저점을 찍은 10일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다시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금리 발표 숫자 하나만 확인하고 끝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같은 인상이라도 국내 증시에 전달되는 통로가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라는 점입니다. 원·달러 환율의 방향과 외국인 순매도 지속 여부를 함께 놓고 봐야 흐름이 읽힙니다. 리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환율이 저점을 기록한 시점과 외국인 매도가 다시 시작된 시점이 겹쳤습니다. 다음 회의 일정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그 두 줄의 움직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