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산업통상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그대로 두고 적용 기간을 4주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19일 0시부터 정유 4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휘발유 도매가 상한은 ℓ당 1,784원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두바이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있었습니다. 주유소 가격표는 멈춰 세웠지만, 그 뒤의 원유 값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이 첫 조치도 아닙니다. 벌써 열 번째입니다.
산업통상부는 18일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19일 0시부로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격 수준은 조정하지 않고, 적용 기간만 4주 늘리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10월 17일 0시까지 국내 정유 4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에는 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의 상한이 적용됩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정유사의 공급 가격에 법으로 상한선을 그어 소비자 가격이 한꺼번에 뛰는 것을 막는 제도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물가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 설명입니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날은 3월 13일입니다. 이후 연장이 반복돼 이번이 10차, 기간으로는 7개월째입니다. 4주 단위로 끊어 붙이는 방식이라 매번 한시적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년 넘게 상한선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함께 연장됐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유류세 인하를 11월 말까지 두 달 더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가격을 누르는 장치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겹으로 겹쳐 있다는 뜻입니다.
상한선을 그어도 원유를 사 오는 값이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는 최고가격 정산을 위해 예비비 4조 2,000억 원을 따로 마련해 뒀습니다. 소비자가 보는 가격과 실제 원가 사이의 간격을 재정으로 메우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유가가 오를수록 메워야 할 간격도 커진다는 점입니다. 원문에 따르면 이 예비비는 조만간 바닥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한가가 유지되는 기간과 재원이 버티는 기간이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거래소 현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9일 이후 꾸준히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선물 가격도 12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흐름입니다. 정부 조치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도 압력이 줄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상한가는 국내 도매 단계에 걸리는 장치일 뿐, 국제 원유 시장의 가격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누르는 힘과 밀어 올리는 힘이 동시에 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3~4주 시차를 두고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120달러가 주유소 가격에 나타나는 시점은 한 달쯤 뒤라는 의미입니다. 상한 적용이 끝나는 10월 17일과 겹치는 시기입니다. 예비비를 두고는 시각이 갈립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정유사들의 기회비용을 뺀 계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유사가 상한가 때문에 받지 못한 몫은 예비비 계산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정부는 재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추석 연휴에 차로 이동한다면 고속도로 주유소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연휴인 24~27일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유류 가격을 ℓ당 100원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은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재정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입니다. 민자 고속도로 주유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니 어느 노선을 지나는지 미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매가 상한이 적용되는 기간은 10월 17일 0시까지입니다. 그 뒤의 가격표가 지금과 같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리드에서 본 1,784원은 4주 동안의 숫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