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2공장에는 재생 페트를 만드는 설비가 2022년부터 서 있습니다. 그 설비에 넣을 원료를 만드는 공장은 설계도 단계에서 멈췄습니다. 롯데케미칼은 9월 17일 이 공장 건설을 중단한다고 공시했습니다. 계획을 처음 내놓은 2021년 5월로부터 약 5년 만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26년 9월 17일 공시를 통해 울산공장 내 폐페트 화학적 재활용 시설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계획은 약 1,0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해중합 공장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해중합은 쓰고 버린 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공정입니다. 규모는 연 4만 5,000톤이었습니다. 회사가 이날 밝힌 실제 집행액은 약 166억 원입니다. 계획한 금액의 6분의 1 수준에서 멈춘 셈입니다.
시간표는 두 번 바뀌었습니다. 2021년 5월 발표 당시 목표는 2024년 6월까지 설비를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투자 기간이 2027년 말까지 한 차례 연장됐습니다. 그사이 진행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회사는 2022년에 C-rPET 생산 시설을 완공했고, 원료를 만드는 해중합 설비는 설계까지만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연장된 기간을 다 쓰기 전에 계획 자체가 접혔습니다.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이 있습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저가 중국산 공급 과잉으로 2022년 하반기 이후 장기 불황을 겪어 왔습니다. 투자 계획을 세운 2021년과 지금의 사업 환경이 달라진 것입니다. 롯데케미칼은 공시에서 중단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의 장기 부진"과 "국내 석유화학 사업재편 참여"입니다. 회사는 이런 경영환경 변화로 남은 투자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투자가 멈춘 날 이사회에서는 다른 안건도 처리됐습니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H&L어드밴스드에 6,000억 원을 출자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H&L어드밴스드는 HD현대케미칼과 롯데대산석화를 합친 통합법인으로, 2026년 9월 초 공식 출범했습니다. 국내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첫 결과물로 꼽히는 회사입니다. 재활용 설비 쪽 투자는 166억 원에서 멈췄고, 사업재편 쪽에는 6,000억 원 출자가 결정됐습니다.
완전한 백지화인지는 회사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향후 투자 재개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언제, 어떤 조건에서 재개할지에 대한 설명은 이날 나오지 않았습니다. 확정된 것은 잔여 투자 중단이고, 재개는 회사 측이 언급한 가능성입니다.
이번 결정은 폐페트 재활용 기술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국내 첫 상업 규모 해중합 공장의 완공 시점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투자 계획 변경은 상장사가 공시로 알려야 하는 사항입니다. 개별 기업의 투자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해당 기업의 투자 관련 공시와 그 정정 이력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울산2공장의 재생 페트 설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앞단을 채울 공장의 일정만, 이번에 비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