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일하고 경남에서 잔다 울산의 제조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부산에서 생활합니다. 회사는 부산에 있지만 집은 경남에 있는 근로자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이 출퇴근 거리에, 세 지역이 함께 교통비를 대기로 했습니다. 예외적인 지원이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의 한 조각입니다.
2026년 9월 18일 공개된 부울경 초광역 발전 구상에 따르면, 세 지역은 행정구역을 넘어 산업과 기업, 인재와 일자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초광역 경제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세 지역을 합치면 인구는 754만 명, 지역내총생산은 366조 원입니다. 지역내총생산은 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모두 더한 값으로, 그 지역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전국 제조업 생산의 약 20%가 이 권역에서 나오고, 국내 조선 생산액의 약 80%도 이곳에서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산업정책은 부산 기업, 울산 기업, 경남 기업을 따로 지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국책사업 유치와 국비 확보도 시·도별 경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세 지역은 조선·자동차·기계·원전·항공우주 등 국가 주력 제조업의 핵심 생산기지이면서, 동시에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 인력 부족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개별 지자체가 기업과 인재를 끌어오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수도권으로 향하는 자본과 인재의 흐름을 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배경입니다.
세 지역의 강점은 서로 다르면서 맞물립니다. 부산은 국내 최대 항만을 중심으로 한 물류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디지털 역량, 대학·연구기관을 갖췄습니다. 울산에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대규모 생산시설과 글로벌 앵커기업이 모여 있어, 새 기술을 실제 제조 현장에서 적용하고 검증하기에 유리합니다. 경남은 우주항공·방산과 원전, 기계·금속 등 정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핵심 부품과 장비를 공급합니다. 이를 연결하면 연구개발에서 실증, 생산, 물류·수출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권역 안에서 완성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첨단 조선·해운, 미래모빌리티 혁신제조, 우주항공·방산, 차세대 원전·에너지가 4대 성장엔진으로 제시됐습니다.
산업 집적도는 높지만 사람은 줄고 있다는 것이 이 구상의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사람'도 권역 단위로 묶습니다.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지산학 협력을 통해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동 양성하고, 교육·연구에서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취업과 정주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별 인재 양성이 아니라 부울경 전체의 산업 수요를 기준으로 교육과 연구 기능을 연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부산대와 울산과학기술원 등의 기술을 조선·해양, 항만·물류, 우주항공·방산, 모빌리티·에너지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정부의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도 초광역화의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부울경은 공동 초광역 발전전략을 마련해 메가특구와 국가 프로젝트, 공공기관 2차 이전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국가 양자클러스터 공모에서 동남권 양자센싱 클러스터를 3개 시·도가 함께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성패는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공동 프로젝트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고, 광역교통과 일자리 정책이 주민의 생활권을 실제로 바꿔야 하나의 경제권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시·도 경계를 넘어 출퇴근한다면 지원 대상일 수 있습니다. 세 지역이 함께 추진하는 '광역이음 프로젝트'는 외부 청년의 부울경 기업 취업과 초기 정착을 지원하고, 시·도 경계를 넘어 출퇴근하는 근로자에게 교통비 등을 지원합니다. 지원 요건과 신청 방법은 사업 주체인 부산시·울산시·경남도의 공고를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와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광역도로와 간선급행버스체계 확충으로 세 지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것이 목표입니다. 울산 공장에 다니며 부산에서 사는 선택이, 개인이 감당하는 부담에서 제도가 받치는 일상으로 바뀔지가 이 실험의 실제 시험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