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53조 더 걷혔는데 적자는 커졌습니다 지난해 공공부문이 걷은 돈은 1,192조 1,000억 원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53조 원 더 걷혔습니다. 그런데도 적자는 14조 원 더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담긴 내용입니다. 수입이 늘어난 해에 적자가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이 18일 내놓은 2025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재정수지는 83조 1,000억 원 적자였습니다. 2024년 69조 1,000억 원 적자에서 14조 원 늘어난 규모입니다. 여기서 공공부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기금에 공기업까지 모두 합친 범위를 말합니다. 총수입은 4.7% 늘었지만 총지출은 1,275조 2,000억 원으로 5.5% 늘었습니다. 지출이 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이 적자 확대의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적자 자체가 사상 최대라는 뜻은 아닙니다. 1년 사이 적자가 14조 원 커진 그 폭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컸습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한 지표도 함께 나빠졌습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수지 비율은 2024년 -2.7%에서 지난해 -3.1%로 0.4%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나라 경제가 100원을 벌 때 공공부문이 3.1원을 더 썼다는 의미입니다.
수입 쪽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법인세·소득세 등 조세수입과 연금보험료를 비롯한 사회부담금이 모두 늘었습니다. 문제는 지출 증가 항목입니다. 민생회복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경상이전 지출이 늘었습니다. 경상이전은 정부가 대가를 받지 않고 내주는 돈, 즉 현금성 복지급여나 소비쿠폰 같은 지출을 가리킵니다. 여기에 건강보험급여비 등 최종소비지출도 늘었습니다. 한쪽은 국민에게 직접 지급한 돈이고, 다른 한쪽은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쓴 돈입니다.
일반정부 안을 들여다보면 방향이 갈립니다. 지방정부 적자는 15조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정부 적자가 83조 8,000억 원에서 90조 1,000억 원으로 6조 3,000억 원 늘었습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흑자 규모가 41조 8,000억 원에서 32조 원으로 9조 8,000억 원 줄었습니다. 지방정부의 개선분이 이 두 변화를 상쇄하지 못해, 일반정부 적자는 57조 5,000억 원에서 60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비금융공기업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중간소비가 줄었습니다. 비용을 아낄 여지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적자는 16조 7,000억 원에서 22조 1,000억 원으로 5조 4,000억 원 늘었습니다. 공공주택 건설과 임대주택 매입 등 투자를 확대한 영향입니다. 금융공기업은 아예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자수익이 줄어, 2024년 5조 1,000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9,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한국은행은 GDP 대비 공공부문 수지 비율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3.1%는 영국(-5.7%)보다는 양호한 수준입니다. 반면 스위스(0.5%)와 덴마크 등은 흑자를 기록해 한국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같은 지표 안에서도 적자 폭이 더 큰 나라와 흑자를 낸 나라가 함께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나라 살림을 볼 때 중앙정부 적자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공공부문계정은 중앙·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금에 공기업까지 합쳐, 더 넓은 범위를 한 숫자로 보여줍니다. 지난해에는 그 숫자가 83조 1,000억 원 적자, GDP 대비 -3.1%였습니다. 이번 수치는 아직 '잠정' 단계로 발표된 통계입니다. 수입이 53조 원 늘어도 적자는 커질 수 있습니다. 총액이 아니라 수입과 지출이 각각 얼마나 빠르게 늘었는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