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쓰는 가스, 카타르는 6.5%까지 줄었다] 유럽의 가스 저장시설은 65%만 채워진 채 겨울을 맞습니다. 2026년 9월 19일 에너지 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이는 예년 평균을 한참 밑도는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최저 목표치인 75%를 채우는 데만 70억 유로 이상이 더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유럽이 현물 시장에서 물량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 같은 배를 기다리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쟁탈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도 그 시장 안에 있습니다.
같은 날 집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며 중동 주요 송유관 운영과 해상 수송로 항행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카타르 라스라판 가스전 공습 여파가 겹쳤습니다. 카타르에너지는 공급 불가항력 조치를 연장했습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처럼 통제 밖의 사유가 생겼을 때, 공급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받는 계약 조항입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끌어올린 전력 수요까지 더해지며 가스 확보전은 한층 거세졌습니다.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거래 규모는 320억 달러였습니다. 10여 년 만의 최대치입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 추정 기준으로, 가스전 자산은 추정 가치보다 평균 21%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가스전은 탐사에서 상업 생산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대규모 자금과 실패 위험을 함께 감수해야 해, 민간 기업이 뒤늦게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지금 붙는 프리미엄은 그 시간을 사는 값이기도 합니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부터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참여해, 매장량 평가부터 설비 건설까지 개발 전 과정을 주도했습니다. 지분 37.5%를 확보해 연 130만 톤 규모의 LNG를 쥐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호주 산토스 50%, 일본 제라 12.5%입니다. 현물로 사오는 물량은 시장 가격이 오르면 비용이 그대로 불어납니다. 반면 지분에 기반한 물량은 시황과 무관하게 정해진 원가 구조를 따릅니다. 호주발 화물은 위험 해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가스공사도 'LNG 캐나다' 지분 5%로 연 70만 톤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불가항력 조치가 나온 카타르는, 한국의 주력 도입선 자리에서 이미 물러나 있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2026년 1~7월 국내 LNG 수입 비중은 호주가 28.4%로 최대였습니다. 이어 말레이시아 17.8%, 미국 14.3%, 캐나다 8.4% 순이었고, 카타르는 6.5%였습니다. 캐나다 서부 연안발 화물도 태평양을 직항해 중동 항로를 비껴갑니다. 도입선 다변화가 진행된 뒤에 이번 충격이 왔다는 점이, 지금 구조의 차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분쟁과 공급망 병목이 상시화된 국면에서는 단순 수입 계약만으로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자원과 운송로를 동시에 확보하는 접근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미국 애팔래치아 마르셀러스 분지 가스전을 5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LNG로 환산하면 연간 약 100만 톤을 직접 통제하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이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현지 법인 한화호라이즌 USA를 세웠습니다. 미국 벤처글로벌과의 장기 구매 계약 물량을, 2029년 가동 예정인 한화에너지 여수 LNG 발전소에 직공급할 계획입니다.
한국이 어느 나라에서 가스를 얼마나 사오는지는 공개 통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서 국가별 LNG 수입 실적을 월 단위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 특정 산지의 공급 차질을 다룰 때, 그 나라가 우리 도입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보면 체감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유럽의 저장시설이 65%에서 멈춰 선 이유는 물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할 때 살 수 있다는 전제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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