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발표됐고, 현장은 멈춰 섰습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쿠팡 현장조사에 나섰습니다. 할인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철수했습니다. 기업이 응하지 않아 대규모유통업법상 현장조사가 무산된 것은 2011년 법 제정 이후 처음입니다. 이 장면은 한 기업의 예외적 대응이 아닙니다.
2026년 9월 20일 재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업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속속 법적 대응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9월 9일 법원은 한화가 공정위의 자료 제출 명령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한화는 계열사 간 브랜드 사용료 조사에서 공정위가 영장 없이 직원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열람한 뒤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며, 절차상 문제를 주장하고 취소소송도 냈습니다. 공정위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조사했으며 강압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전까지 기업의 대응 방식은 대체로 사후적이었습니다. 과징금 등 최종 처분이 나온 다음에 행정소송을 내는 식이었습니다. 지금은 조사 개시와 증거 수집 단계에서부터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쿠팡 역시 현장조사 결정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습니다. 조사의 결과가 아니라 조사 자체가 법정으로 들어간 셈입니다.
쿠팡은 공정위가 조사 7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합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조사는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같은 조항을 놓고 해석이 갈리는 구간에서 조사가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조사 강도와 빈도가 크게 늘어 기업 본연의 영업과 투자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발은 민간에만 있지 않습니다.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사가 대표적입니다. LH 노조는 현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분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조합원 8,000여 명이 쟁의 절차에 돌입했고, 분사를 강행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꺼낸 조직 분리 카드가, 정작 공급을 실행하는 기관의 파업 가능성을 키우는 상황입니다.
농촌에서는 농지 전수조사가 쟁점입니다. 개정 농지법 시행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뀌었습니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토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수 있습니다. 농민들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 상속농지와 관행적인 임대차 같은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조치라고 반발합니다. 일부 지자체도 세부 지침이 불명확해 조사와 민원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방에서는 CPTPP 가입 검토를 둘러싼 후폭풍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부처 출신의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물밑에 있던 갈등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더 정교한 실행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당위성이 아니라 수용성이라고 말합니다. 개별 과제의 명분과 별개로, 현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와 지침이 준비됐는지가 성패를 가른다는 지적입니다.
농지를 상속받았거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남에게 맡겨둔 경우라면, 이제 처분명령이 지자체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토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한 번이 아니라 매년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세부 지침이 불명확해 지자체마다 대응이 다른 상황이므로, 본인 농지의 해당 여부는 관할 시·군·구 농지 담당 부서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쿠팡 사무실에서 빈손으로 돌아선 조사관들처럼, 제도는 이미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구간이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