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시선

75년 동업이 깨졌다 —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의 전말

사모펀드 MBK가 가세하며 고려아연과 영풍의 오랜 동업 관계가 돈의 전쟁으로 번졌다

AI LENS 편집팀입력 2026.08.07 07:46약 2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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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두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 그리고 1974년 그 안에서 태어난 고려아연. 두 집안은 이후 75년 동안 한쪽은 고려아연을, 한쪽은 다른 계열사를 맡는 방식으로 공동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그런데 3세대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이 오랜 균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갈등의 씨앗은 신사업을 둘러싼 시각 차이였다. 고려아연 쪽 경영진은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리사이클링 같은 신성장 동력에 적극 투자하는 전략을 밀어붙인 반면, 다른 한쪽은 무차입 경영 원칙을 앞세워 이런 확장에 반대했다.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쪽과 이를 거절하는 쪽이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로 맞붙었고, 승부는 신사업을 주도해온 쪽의 승리로 끝났다.

표 대결에서 밀린 쪽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와 손잡고 본격적인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 최대급 사모펀드로 꼽히는 이 자본은 3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며, 과거 한 상장기업의 상장폐지를 주도했던 이력도 있어 등장만으로도 시장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고려아연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사모펀드의 자본 성격을 문제 삼으며 국가기간산업이 외부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웠고, 생산 거점이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1인 1주식 갖기' 운동까지 벌어졌다. 회사 차원에서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해, 정부 승인 없이는 외국 자본에 인수되지 않도록 방어막을 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후 양측의 다툼은 사실상 '누가 더 비싸게 사들이느냐'의 싸움으로 번졌다. 상대 진영이 공개매수가를 대폭 올리자,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맞섰고, 여기에 글로벌 사모펀드까지 공동매수자로 끌어들였다. 투입된 자금 규모만 조 단위를 넘나드는 만큼, 이 지분 경쟁이 회사의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이 싸움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75년을 이어온 동업 관계가 3세대에 이르러 시장을 뒤흔드는 경영권 전쟁으로 비화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도 이 싸움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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