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세대의 노동조합 참여의 양상과 발전 방향' 보고서에 양대 노총 소속 청년 간부 22명의 심층 면담 결과가 담겼어요. 면담 대상은 두 갈래예요. 사무처에 채용돼 노조 일을 직업으로 하는 쪽, 그리고 현장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노조 일에 전념하는 쪽. 앞쪽을 상근간부, 뒤쪽을 전임간부라고 불러요. 두 쪽 모두에게 노조는 일터이자 활동 공간이었는데요. 보고서는 현실이 기대와 크게 달랐다고 적었어요.
02/ 06노조 입직 이유왜 하필 노조에 들어갔어요?
이들이 노조를 고른 이유가 과거와 달라요. 무조건 희생하는 곳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일하는 직장이라는 의미가 컸다고 보고서는 봤어요. 채용간부 A씨는 "사기업처럼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이왕이면 사회에 좀 좋은 일을 하는 곳을 알아보던 중에 노조가 눈에 들어왔다"고 입사 계기를 밝혔어요. 입사 계기. 이 단어가 중요해요. 투신도 헌신도 아니고 입사예요. 직장을 고른 사람의 말이죠. 그런데 그 직장에는 과거식 헌신을 당연하게 보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어요.
03/ 06야근수당 증언그래서 뭘 물어본 거예요?
채용간부 B씨는 첫 업무로 일주일 내내 밤늦게까지 연대집회를 준비했어요. 그러고 선배들에게 야근수당 신청법을 물었습니다. B씨는 "야근수당 어떻게 신청하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어요. 틀린 말을 한 사람이 황당한 표정을 받는 게 보통이잖아요. 여기서는 당연한 권리를 물어본 쪽이 받았어요. 결혼과 육아 앞에 선 간부들의 고민도 깊었어요. 현장간부 C씨는 활동가가 아닌 사람과 결혼해 아기를 낳았다며 "육아에 집중해 달라는 집안의 요구와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어요.
04/ 06노조 내부 위계수직적인 건 회사만이 아니었다고?
노조 안이 일반 기업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지적도 나왔어요. 여성 채용간부 D씨는 "회사가 수직적인 문화면 노조도 사실은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어요. 가부장적 관행도 드러났습니다. D씨는 "처음 왔을 때 네가 여자 막내니까 탕비실 정리하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어요. 결재선도 길었어요. 채용간부 E씨는 청년사업을 새로 해보려 해도 부장부터 실장, 본부장, 처장, 부위원장까지 다섯 단계를 거친다며 "위계질서가 굉장히 경직된 구조"라고 말했어요. 현장도 비슷했어요. 단위노조 회의에서 다른 의견을 내면 "니가 현장을 뭘 알아 그냥 이번엔 내가 하자는 대로 가자"(현장간부 F씨), "네가 몰라서 그래"(현장간부 G씨)라는 핀잔이 돌아왔다고.
05/ 06간부 재생산 위기그러면 다음 사람은 누가 해요?
노조 활동이 전문성이나 경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어요. D씨는 "어떻게 보면 민원이나 받는 조직이 돼버려 이제 커리어 개발도 안 된다"고 했어요. 현장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을 손해로 보기 시작하면서, 부담은 소수에게 쏠려요. 현장간부 H씨는 "간부를 할 사람이 없다"며 "아무도 이 독박을 쓰려 하지 않는 시대가 돼 다들 숨고 있다"고 전했어요. 현장간부 I씨는 청년 조합원들이 "힘든 일이 있어도 어차피 이직할 건데"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어요. 독박. 간부 자리를 부르는 말이 이렇게 됐어요.
06/ 06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보고서는 이 갈등을 세대 차이로 보지 않았어요. 노조가 지속 가능한 삶과 일터로서의 유인을 주지 못해 생긴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어요. 김재웅 부연구위원은 "위계가 아닌 숙의 중심의 민주적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며 "일터 민주주의를 내부에서부터 보장하지 못한다면 노조의 간부 재생산 위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사회에 좋은 일을 하려고 그 문을 열었던 A씨의 선택이 다음 사람에게도 가능한 선택으로 남을지는, 안에서 야근수당을 물어볼 수 있게 되는지에 달렸어요. 아직 달라진 건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