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첫날, 설비를 멈추기로 했다 4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 임직원 18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새 회사의 첫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통합 법인 H&L어드밴스드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앞으로 3년간 해야 할 일 목록에는 공장을 늘리는 계획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연산 110만 톤 규모의 설비를 멈추는 일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원문 기사에 따르면 H&L어드밴스드는 4일 대산공장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행사에는 조남수 H&L어드밴스드 대표이사, 이용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등 주요 임직원 18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사명은 합작 주체인 HD현대케미칼의 H와 롯데케미칼의 L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뜻하는 '어드밴스드'를 붙여 만들었습니다. 지분은 두 회사가 각각 50%씩 보유합니다. 어느 한쪽이 경영권을 쥐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H&L어드밴스드는 갑자기 등장한 회사가 아닙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재편 프로젝트 '대산1호'의 결과물입니다. 업계 차원의 사업재편 논의가 실제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첫 사례라는 것이 원문의 설명입니다. 이용준 총괄대표는 이날 "롯데와 HD현대는 그간 합작사업 운영을 통해 쌓아온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대산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통합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회사의 협력이 이번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내세운 방향은 정유와 석유화학의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원료를 들여오는 단계부터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묶어 최적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운영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것이 회사가 밝힌 목표입니다. 같은 지역에서 각각 운영되던 설비와 인력을 한 법인 아래로 모으는 방식입니다.
통합 법인의 출발과 동시에 사업 구조조정도 진행됩니다. 정부가 승인한 재편 계획에 따라 향후 3년간 롯데케미칼의 연산 110만 톤 규모 나프타분해시설 가동을 중단합니다. 나프타분해시설은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열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기초 원료를 만드는 설비입니다. 수익성이 낮은 범용 설비의 가동도 함께 축소됩니다. 범용 제품은 여러 회사가 같은 규격으로 대량 생산하는 표준 제품을 말합니다. 대신 중장기적으로는 고기능성 특수 소재인 스페셜티 제품과 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계획입니다.
송명준 대표이사는 출범식에서 "H&L어드밴스드는 양사가 축적해 온 역량과 경험을 결집해 민첩한 조직과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한다"며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용준 총괄대표도 "양사의 역량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생산과 운영 전반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발언 모두 성과를 확정한 표현이 아니라 기대를 밝힌 것이라는 점은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통합의 실제 내용은 출범식 당일이 아니라 앞으로 3년 동안 드러납니다.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정부 승인 계획에 담긴 연산 110만 톤 규모 설비 중단과 범용 설비 가동 축소가 예정대로 이행되는지. 둘째, 회사가 밝힌 스페셜티·친환경 제품 중심 전환이 실제 제품과 실적으로 나타나는지입니다. 4일 대산공장에 걸린 새 간판이 무엇을 바꿨는지는, 멈추기로 한 설비가 실제로 멈추는 시점에 판단할 수 있습니다.
충남 서산 대산공장. 바닷바람이 꽤 세게 부는 곳이에요. 공장 굴뚝 옆에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H&L어드밴스드, 출범.
두 회사가 손을 잡았어요.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경쟁사라고 부를 수 있었던 두 곳이, 지분을 정확히 반반 나눠서 새 법인을 만든 겁니다. 사명에 두 회사의 이니셜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H와 L.
이게 왜 생겨났느냐, 거기서부터 짚어봐야 해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오래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거든요. 쉽게 말하면, 너무 많은 공장이 너무 비슷한 걸 만들고 있는 상황이에요. 범용 제품 — 플라스틱 원료나 화학 기초 소재 같은 것들 — 이 중국에서 저렴하게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공장들이 가동해도 남는 게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생산은 하는데 수익이 안 나는 거죠.
그래서 나온 게 이 합작이에요. 정부가 승인한 사업재편 프로젝트, 이름하여 '대산 일호'의 결과물입니다.
핵심은 하나예요. 롯데케미칼의 나프타분해시설, 그러니까 엔씨씨(NCC)를 향후 3년 안에 멈춘다는 겁니다. 연간 110만 톤 규모예요.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서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기초 원료를 만드는 설비인데, 이걸 줄이는 거예요. 범용 라인을 닫고, 그 자리에 고부가 제품을 채우겠다는 전략이죠.
여기서 제가 좀 멈칫한 부분이 있어요.
통합이라고 하면 보통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효율이 올라간다, 고용이 늘어난다, 이런 이야기를 기대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재편의 한 축은 설비를 줄이는 거예요. 공장을 세운다는 게 아니라, 돌리던 걸 멈춘다는 거거든요.
중장기적으로 스페셜티 소재와 친환경 제품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 전환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매끄럽게 이뤄지느냐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에요. 범용 설비를 닫는 건 비교적 분명하게 정해진 일이고, 고부가 제품 라인을 키우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그 사이 어딘가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게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대산공장 주변은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에요. 설비 하나가 멈추면 협력업체, 인근 중소기업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거든요. 통합 법인의 출범 자체는 뉴스인데, 그 이면에서 조용히 바뀌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요.
재편이 구조를 바꾸는 건 맞아요. 그런데 무언가를 줄이는 결정이 함께 따라온다는 것, 그리고 그 줄임의 시간과 키움의 시간이 딱 맞아떨어지진 않는다는 것. 그 간격이 이 이야기의 진짜 무게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