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10월 13일, 태국에서 열린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나온 이야기, 오늘 짚어보겠습니다.
회의장 발표 화면에 숫자 하나가 뜹니다. 3.3퍼센트.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입니다. 그런데 발표 뒤에 바로 토가 붙었습니다. "다만 저축하라."
숫자만 보면 좋은 소식입니다. IMF는 지난 7월만 해도 한국 성장률을 2.6퍼센트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0.7퍼센트포인트를 올렸습니다. 반도체 덕이라는 겁니다.
중동에서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입니다. 세계 경기에 악재가 쌓이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도 한국 전망치가 오히려 올라간 겁니다. IMF는 그 이유를 반도체 초호황으로 짚었습니다. 전쟁이라는 충격을 반도체 호황이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숫자, 혼자 떠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은행도 똑같이 3.3퍼센트를 보고 있습니다. 국내 기관과 국제기구의 시선이 같은 지점에서 만났다는 뜻이죠.
다만 OECD는 조금 더 높게 봤습니다. 3.7퍼센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국 성장률을 두고는 3.3에서 3.7 사이, 기관마다 약간의 눈높이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방향은 같습니다. 다들 올려 잡았다는 것, 그게 공통점입니다.
전 세계로 눈을 넓혀 보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IMF가 본 올해 세계 성장률은 3.1퍼센트입니다. 한국의 3.3퍼센트보다 낮습니다. 세계 평균보다 한국이 더 잘 가고 있다는 뜻인데, 그 이유가 전적으로 반도체 하나에 쏠려 있다는 게 이번 전망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 보통 다음 수순은 돈을 쓰는 쪽으로 가잖아요. 그런데 IMF는 반대로 말했습니다. 반도체 덕분에 더 걷히는 세금, 그 초과세수를 지금 쓰지 말고 묻어두라는 겁니다.
IMF는 "한국은 인공지능 발전의 최전선에 있어 재정 측면에서도 상당한 혜택을 얻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황 악화에 대비해 초과세수의 일부를 우선 저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의 호황이 반도체라는 한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걸, IMF도 알고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확장재정, 즉 돈을 더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는 쪽에 무게를 둬왔습니다. IMF는 그 방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금 들어오는 돈을 다 쓰기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꺾였을 때를 대비해 쌓아두라는 쪽입니다.
여기서 아직 답이 안 나온 질문이 남습니다. 지금의 성장률은 반도체라는 한 산업이 떠받치고 있는 숫자입니다. 그 산업의 사이클이 꺾이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때를 위해 지금 얼마를 떼어둬야 할까. 이건 IMF가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답을 내놓은 질문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오늘 핵심은 이겁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다는 소식 뒤에는, 그 상승이 반도체 하나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과, 지금 들어오는 돈을 다 쓰지 말라는 경고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숫자가 좋아졌다는 것과, 그 숫자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다른 질문이라는 걸, 이번 발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