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옆 빈 땅, 혹시 지나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철거만 끝낸 채 3년째 방치된 그 부지에는 20년 넘게 이자를 갚아온 소유주들의 시간이 묻혀 있어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경관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의 삶은 계속 깎여나가고 있어요.
01/ 04⏱️ 얼마나 기다렸나재개발 착공까지 얼마나 걸리고 있나?
2004년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가 결성된 이후 22년이 흘렀어요. 그 사이 재개발을 기다리던 소유주 200명 가운데 50여 명이 세상을 떠났어요. 김종길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남아 있는 소유주들은 세입자 이주 뒤 임대수입마저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어요. 철거를 마친 부지는 3년째 빈 땅으로 남아 있어요.
02/ 04💸 이자는 누가 감당하나사업 지연으로 쌓이는 비용은 얼마나 되나?
소유주 개인과 사업 전체, 양쪽 모두 빚더미에 눌려 있어요. 일부 소유주는 약 20년 전 사업 착수를 앞두고 지분 규모에 따라 최대 2억~3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대출받아 이자를 부담해왔어요. 김 위원장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현금청산을 받고 떠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어요. 세운4구역에는 약 8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는데, 이 중 6500억 원에 대한 금융이자가 연간 168억 원에 달해요.
03/ 04⚠️ 왜 멈췄나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은 왜 합의하지 못하나
세운4구역 사업은 종묘 경관을 둘러싼 두 기관의 이견에 걸려 있어요. 서울시는 건축물 높이를 높이고 건폐율을 낮춰 약 1만 3000㎡의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보완하려 해요. 반면 국가유산청은 높이 변경이 종묘의 역사적 경관과 세계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도 지난 8월, 9월 연이어 보류됐어요.
04/ 04🧩 세운2구역은 괜찮나옆 구역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나
세운4구역 옆 세운2구역은 안전 문제가 당장의 과제로 떠올랐어요. 20년째 장사해온 60대 상인 김 모씨는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물이 샐 때가 많은데 큰돈을 들여 수리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전했어요. 이영근 세운2구역 준비위원장은 "일부 기와집은 내부 목재가 썩고 흰개미까지 생겼다"며 "지난해 1월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도로가 없어 소방차가 들어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어요.
🔎 더 보기: 주민들은 무엇을 요구하나
주민대표회의는 높이 논쟁과 유구 보존방안 심의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해요. 약 3만 1000㎡ 부지의 정밀발굴조사를 마치고, 상업공간을 줄여 이문과 배수로 등을 보존하는 전시공간도 계획했다고 밝혔어요. 지난 16일에는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 위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내 심의의 조속한 마무리를 요청했어요. 김 위원장은 "제출한 보존방안 자체를 심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22년을 기다린 소유주 절반이 고령층이 됐고, 그 중 50여 명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지금 멈춰선 건 공사가 아니라 이들의 남은 시간이에요.
✍️ 에디터 노트
경관 보호와 재산권 보호,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두 기관이 합의점을 찾는 동안 정작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어요.
22년째 기다리던 재개발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 함께 기다리던 사람 50여 명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 남은 건, 여전히 빈 땅뿐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26년 10월 18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를 기준으로 전해드립니다.
2004년, 서울 세운4구역에 주민대표회의가 결성됩니다. 그때 모였던 소유주가 200명이었습니다. 지금 그중 50여 명은, 자리에 없습니다.
김종길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재개발을 기다리던 소유주 200명 가운데 50여 명이 돌아가셨다고. 남은 사람들은 세입자를 이주시킨 뒤, 임대수입마저 끊긴 채로 기다림만 길어지고 있다고.
20년 전으로 가보면, 상황이 좀 다릅니다. 그때 소유주들은 곧 사업이 끝날 거라 믿었습니다. 지분 규모에 따라 적게는 2억에서 3억 원, 많게는 10억 원까지 대출을 받았습니다. 사업이 완료되면 바로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이, 지금도 착공조차 못 했습니다. 이자는 그 사이 계속 쌓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현금청산을 받고 떠난 사람들도 있다고 전합니다. 당초 준공을 기대했던 사업이, 지금은 착공이 목표가 됐다고 말합니다.
이게 한 사람, 한 가구의 사정이 아닙니다. 세운4구역 전체에 들어간 사업비가 약 8000억 원입니다. 이 중 6500억 원에 대한 금융이자가 매달 14억 원씩 나갑니다. 연간으로 치면 168억 원입니다. 사업이 멈춰 있는 그 시간 동안, 돈은 계속 새어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철거를 마친 부지는 3년째 빈 땅입니다. 그 빈 땅을 사이에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입장이 갈립니다. 서울시는 건축물 높이를 높이고 건폐율을 낮춰서 약 1만 3000제곱미터의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성을 맞추려 합니다. 국가유산청은 그 높이 변경이 종묘의 역사적 경관과 세계유산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까지 겹칩니다. 8월에는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9월에는 유구 보존 위치와 방법에 대한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 연속 보류됐습니다. 주민대표회의는 이미 3만 1000제곱미터 부지의 정밀발굴조사를 마쳤고, 이문과 배수로 등을 보존하는 전시공간도 계획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심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문제가 세운4구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바로 옆, 세운2구역은 안전 문제가 당장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20년째 그 자리에서 장사해온 한 60대 상인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물이 새는 일이 잦다고 전합니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 큰돈을 들여 수리하기는 어려운 처지라고 말합니다. 이영근 세운2구역 준비위원장은 일부 기와집은 내부 목재가 썩고 흰개미까지 생겼다고 전합니다. 지난해 1월에는 화재도 났는데, 소방도로가 없어서 소방차가 들어올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위원장은 세운2구역의 경우 공동주택이 들어설 곳이고, 40층 이상으로 높이를 올릴 계획도 없다고 강조합니다. 주변 경관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거라며,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풀리지 않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주민들은 높이 논쟁과 유구 보존방안 심의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높이를 어떻게 할지와, 땅 아래 유구를 어떻게 보존할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제출한 보존방안 자체를 심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두 기관의 입장이 아직 좁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오늘 핵심은 이겁니다. 22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아픈 숫자는 돈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50여 명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매달 쌓이는 이자와 낡아가는 건물 사이에서 착공이라는 작은 목표 하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재산권과 최소한의 삶의 질이 더는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호소가 지금, 심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