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계약금을 손에 쥐어야 당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 기쁨은 누구의 것일까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6년 10월 29일 기준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서초구 거리에 전단지 한 장이 돌고 있습니다. 문구는 이렇습니다. 당첨자의 현실은 억대 계약금과 대출 규제, 그 자금 수요가 자금을 가진 분에게는 투자 기회가 된다는 말이죠.
이 전단지가 겨냥한 건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을 앞둔 디에이치 반포124입니다. 반포주공 1단지의 세 개 주구를 재건축해 짓는, 총 5천7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입니다. 한강변에, 학군까지 갖춘 자리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합니다.
문제는 이 단지에 당첨된 다음부터입니다. 전용 팔십사 제곱미터 기준으로 분양가는 서른억 원 안팎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직 확정된 숫자는 아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크게 벗어나진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바로 옆 단지, 입주 11년차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평형이 최근 62억 8천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인근 래미안 트리니원 입주권도 57억 원에 손바뀜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분양가로 당첨되면, 시세 차익만 서른억 원 안팎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거죠.
여기까지면 그냥 로또 분양입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스물다섯억 원 넘는 고가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이 2억 원으로 묶여 있다는 겁니다.
서른억 원짜리 집에 대출은 2억 원. 나머지는 현금으로, 입주 전까지 최소 20억 원 이상을 직접 마련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그림입니다. 수십 년간 무주택으로 살며 청약 가점을 쌓아온 사람들, 그래서 당첨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바로 이 서민층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에게는 당첨이 곧 기회가 아니라 숙제가 됩니다. 20억 원이라는 현금을 어디서 구하느냐의 문제죠.
이들을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평생 집 한 채 없이 버티면서 가점을 모은 선택을, 이제 와서 탓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그 가점이 현금 20억 원 앞에서 무력해지는 구조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건 한 사람의 사정이 아닙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첨 시 자금을 조달해줄 개인이나 대부업체를 암암리에 알아보는 수요자가 실제로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가점은 높은데 현금이 없는 사람들, 이들이 지금 도처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틈을 사설 컨설팅 업체가 파고들었습니다. 투자금을 댈 사람과 가점 높은 사람을 양쪽에서 모집해서, 계약금과 잔금을 투자자가 대신 내주고, 나중에 입주나 매매가 끝나면 시세 차익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이 업체는 수분양자가 직접 계약과 실거주 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명의신탁 같은 불법이 아니라고, 변호사 자문까지 거친 100퍼센트 합법 투자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계약이 주택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경고합니다. 주택법 제65조는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양도하거나 양수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계약서를 공동 투자처럼 꾸며도, 실질적으로 전매제한을 피하기 위한 약정이라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고, 징역이나 벌금 같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업체의 주장과 법의 시각이, 지금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이 모든 걸 떴다방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부의 무리한 대출 규제와, 과도한 시세 차익을 허용하는 분양가상한제 자체가 이런 기형적 거래를 불러왔다는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첨만 되면 높은 차익이 기대되고 가점도 높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출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기회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누구 책임이냐를 가리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규제와 제도가 만든 틈에서, 이런 거래가 자라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와중에 강남권 기존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조용해졌습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세제 개편안 이후 강남 고가 아파트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청약 기회까지 나오면서 일단 이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다들 움직이지 않고, 이 청약의 결과만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이 당첨권 거래가 실제로 법정에서 무효 판단을 받을지, 받는다면 이미 오간 자금은 어떻게 될지,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대출 규제와 분양가상한제의 조합을, 정부가 손볼지도 아직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정리하면, 오늘 핵심은 이겁니다. 30억 원대 시세 차익이 걸린 청약에서, 가점은 있지만 현금이 없는 사람과 현금은 있지만 가점이 없는 사람을 잇는 거래가 생겨났고, 이건 주택법 위반 소지가 있는 동시에 지금의 규제가 만든 틈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어느 쪽에서 봐도 깔끔하게 끝나는 이야기는 아직 아닙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