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집을 얼마나 더 지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발표한 숫자와, 지금까지 쌓인 숫자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올해 10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주택공급 정례브리핑 내용을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연말이 두 달 반쯤 남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짓기로 한 집 가운데, 아직 3분의 1 조금 넘는 분량만 착공됐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수치를 보면 상황이 그렇습니다. 올해 수도권 주택 착공 목표는 26만 8천 가구였습니다. 그런데 10월 둘째 주 기준 실적은 9만 9천 가구, 목표의 약 37%에 그쳤습니다. 남은 두 달 반 동안 나머지를 채워야 하는 셈입니다.
정부도 이 간격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브리핑에서, 연말까지 목표를 다 채우기는 어렵다는 걸 먼저 인정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전망은 21만 8천에서 23만 5천 가구, 목표의 81에서 88% 수준입니다. 최대 5만 가구가 모자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정부는 원인을 하나로 짚었습니다. 민간 정비사업입니다.
공공주택과 신축 매입 주택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각각 목표의 26%, 31% 수준을 채웠습니다. 낮긴 하지만, 정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라 연말까지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입니다. 실제로 공공주택 약 4만 5천 가구, 신축 매입 주택 약 2만 8천 가구를 연내 착공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민간 정비사업은 9월까지 목표의 23.6%만 채웠습니다. 정부가 직접 끌고 갈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정우진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 물량 착공은 100%에 근접할 것"이라면서도, "정비사업과 비아파트처럼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민간 물량 실적에 따라" 전체 달성률이 결정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은 그나마 정비사업이 대체로 목표를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와 인천은 사업성 부족으로 오히려 물량이 줄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이번 결과를 두고 "올해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하다 보니 하반기에 몰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연중 물량을 분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이 대목에서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올해 목표를 세울 때부터, 민간 정비사업이 이렇게 지연될 거라는 건 예측하기 어려웠을까요. 그리고 내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목표를 세운다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요. 정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지점도 있습니다. 전체 목표는 못 채워도, 공급 흐름 자체는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도 함께 나왔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고, 착공 물량도 41% 증가했습니다. 김 차관은 이걸 두고 "저점을 찍고 착공 물량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며, "시장의 좋은 시그널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증가율이 작년 수치가 워낙 낮았던 데서 비롯된 반등인지, 추세적인 회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같은 날, 서울시도 따로 할 말이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를 내면서, 지금의 공급 부족이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이었던 2012년부터 2020년 사이, 서울의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389곳, 전체의 57%가 해제됐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43만 가구의 공급 기회가 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정비사업 착공 물량은 2016년부터 2020년 연평균 2만 9천 가구였던 데서,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연평균 1만 5천 가구로 줄었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입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과거 10년간 서울에서 연평균 3만 7천에서 4만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을 때 별다른 이주 대란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매년 민간 4만 가구, 공공 2만 가구 공급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의 공급 부족을 과거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 제시한 셈입니다.
시장에서 궁금해하던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도 정부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추가 대출 규제 가능성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김 차관은 "저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그런 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연말 만료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연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현재 입장입니다.
정부와 서울시의 관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김 차관과 김 부시장이 만나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는 홍지선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면담에 앞선 실무 조율 성격입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별도로 설명하겠다"고만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정리하면, 오늘 핵심은 이렁니다. 정부는 올해 주택 공급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할 거라는 걸 스스로 인정했고, 그 원인을 민간 정비사업의 지연으로 짚었습니다. 동시에 서울시는 지금의 부족이 과거 정비구역 해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두 기관이 같은 날, 같은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시점에서 원인을 짚은 셈입니다. 앞으로 재개될 협의에서 이 간극이 어떻게 좁혀질지가, 다음 지켜볼 지점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